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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는 우리가 자랑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정신 덕목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자랑이 무색해졌다. 대한민국 어버이는 불행하다. 무엇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요지부동의 기록이 그것을 말해준다. 48.6%에 이르는 노인 빈곤율은 2위인 스위스(24.0%)의 2배 수준이고, 인구 10만명당 노인 자살률 또한 81.9명으로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다. 어버이날을 말하고 효를 거론하기 부끄럽게 만드는 대한민국 어버이의 현주소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현실은 독거노인의 급증이다.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이 어제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혼자 사는 노인은 137만9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노인 인구(642만9000여명)의 약 20%로서, 5년 전에 비해 18.5%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 독거노인 인구가 감소한 지역은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독거노인은 62.4%가 소득수준이 절대빈곤선 이하로서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정부에서는 돌봄서비스 등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지만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농협하나로 클럽·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유통 직원들이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내 독거노인들을 초청해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노인 부부만 함께 사는 ‘노인 부부 가구’도 독거노인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정책적 관심을 필요로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노인 부부 가구의 생활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부부 가구 가운데 40.4%는 경제, 건강, 소외, 무위 등 이른바 노년의 4고(苦) 중 3가지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가구의 60.9%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이들 또한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독거노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평균수명 증가 등으로 노인 문제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지는 이미 오래다.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에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부모의 노후 생계를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2002년 64.8%에서 지난해 31.2%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데서 보듯이 국민 의식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효의 개념을 개인적 덕목에서 사회적 제도로 넓혀야 한다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어버이에게 ‘사회적 효’가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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