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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카지노

opinionX 2015. 5. 8. 21:00

현대 카지노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호텔비가 싸다. 별 3개짜리 하루 숙박비가 100달러 안쪽이다. 200~300달러씩 받는 다른 지역 호텔과 비교된다. 호텔마다 마술이나 텀블링, 분수 쇼, 화산폭발쇼 등을 경쟁적으로 선보인다. 손님을 끌기 위해서다. 카지노 허용 초기 이 도시에서는 잭팟을 터뜨린 손님을 상대로 강도 범죄가 성행했다. 그러자 도박장 운영자인 마피아는 강도범들을 직접 잡아 혹독한 방식으로 징벌했다. 잭팟 손님에게는 경호원을 붙여주고 1등실을 제공했다. 그 덕에 한때 ‘강력 범죄가 없는 도시’로 불렸다. 범죄 조직이 치안을 대신한 셈이다. 네바다주는 전역에서 도박장을 허용하고 있다. 주유소나 작은 가게도 슬롯머신 한 두 개는 갖고 있다. 기름을 넣는 짧은 시간에도 슬롯머신 손잡이를 당기는 여행자들이 적지 않다.

같은 카지노 도시라도 마카오의 호텔비는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다. 카지노 호텔이 불야성을 이루기는 하지만 고객 유치용 호화 쇼 같은 것은 없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일 터다. 반면 도박장 인근에 향락산업이 성행하는 것은 두 도시가 같다.

카지노는 ‘작은 집’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다. 어원인 카자(casa)는 르네상스 시대 귀족 소유의 사교·오락용 별관을 뜻한다. 18세기 들어 유럽 왕국들이 재원 충당을 위해 옥내 도박장을 잇따라 개설하면서 일반화됐다. 한국에서는 2000년 개장한 강원랜드에 한해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었다.

홍콩 란딩그룹과 겐팅그룹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그랜드익스프레스코리아가 지난 18일 서귀포시 하얏트 호텔 내 카지노 매장에서 ‘겐팅제주’개장식을 갖고 운영에 돌입했다. 제주지역 카지노를 ‘100% 해외자본’이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 : 경향DB)


카지노는 확실한 국가 재정 확보 수단이지만 사행산업이라는 악명도 있다. 첩보영화의 고전인 ‘007’ 시리즈에는 주인공이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장면이 많다. 출중한 도박 실력으로 거액을 따내 관객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대리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도박중독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그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크루즈선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크루즈선상에서만 카지노를 할 수 있어 건전한 레저수단이라는 것이다. 배 타고 카지노 하면 사행성이 없어진다니 이런 궤변이 없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지만 국가가 앞장서 사행을 부추기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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