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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번째 정상회담이 14일 열렸다. 두 사람은 한·중관계 정상화, 북한 핵문제, 경제·문화 협력 방안 등을 놓고 예정시간을 1시간여 넘기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절대 허용할 수 없으며 북핵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협상 개시 양해각서(MOU) 서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정상은 다양한 소통수단을 활용해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 양국 간 협력을 정치, 외교·안보, 정당 간 협력 등 분야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고위급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금 양국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동하고 계속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확한 발전 궤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이번 회담은 사드 갈등을 계기로 바닥을 찍었던 양국관계가 복원되는 첫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서민식당에서 중국식 빵과 두유인 유탸오(油條)와 더우장(豆漿)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베이징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숙 여사는 중국 전통악기 ‘얼후’ 교습 체험을 하며 중국인들에게 다가갔다. 으레 있는 외교 이벤트이지만 이런 자그마한 노력들이 상대국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이 사드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베트남 정상회담 때에 비해 비록 목소리를 낮췄지만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로 한·중관계의 후퇴를 경험했다”며 “한국이 계속 이 문제에 대해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짚고 넘어간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의 중국 도착 시 베이징을 비운 데다 공항 영접에 급이 낮은 차관보를 내보낸 점, 국빈방문임에도 정상회담 공동성명은커녕 공동언론발표문조차 채택하지 않은 점은 양국관계 복원이 녹록지 않음을 일깨운다.

이런 현실에서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으로 양국이 꾸준히 노력하는 길이 유일한 해법이다. 문 대통령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됐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이 한 차원 성숙된 관계를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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