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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유치원들이 예고한 집단휴업이 다가오면서 보육대란 우려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오는 18일과 25~29일 휴업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가 향후 5년 내 전체 유치원의 25%인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40%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사립유치원의 생존 기반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접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의 문제의식은 이해하지만 그들의 요구와 해결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 참가한 시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아학비 공ㆍ사립 차별없이 지원,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오는 18일과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휴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면 사립유치원들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은 불문가지다. 사립유치원이 보육에 기여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국공립만으로 보육이 불가능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전국 사립유치원의 90%인 3700여곳이 휴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을 보면 이들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국공립유치원 증설을 반대하는 의견은 수용하기 어렵다. 보육시설 부족으로 수많은 학부모들이 고통을 겪는 현실을 모를 리 없는 유치원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저출산 고착화 등 사회 현실을 감안하면 보육의 국가 책임은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 경영 문제가 있다면 국공립유치원 증설과 별도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사립유치원은 학부모들이 이례적으로 강력 반발하는 상황을 무겁게 봐야 한다. 학부모들은 집단휴업 방침 발표 직후 반대 청와대 청원사이트를 만들어 일주일 새 8000명 이상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는 사립유치원들이 일방적으로 집단휴업을 결정·통보하고,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 반대 탄원서를 학부모들에게 강요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휴가를 내기 어려운 추석 연휴 직전을 휴업시점으로 잡았다. 학부모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유치원의 집단휴업은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은 개별 유치원 사정상 휴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집단휴업에 대한 규정은 없다. 교육당국은 집단휴업이 유아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 행동이라며 휴업 강행 시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유치원들은 명분도 실리도 약한 불법 휴업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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