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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소득·자산 환산 하위 70% 가구에 대해 최대 100만원(4인 이상)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1400만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으로 지급된다. 집행은 이르면 5월 초쯤이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다음달 안에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일회성 지원이다. 정기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그러나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의 70%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취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지원금이 소비를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거쳐 기업으로 흘러들어 무너져가는 경제를 되살리는 선순환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 점포 10곳 중 9곳은 매출이 줄고 매출액은 평균 63%가 감소했다. 손님이 없어 3곳 중 1곳은 휴업 상태다. 기업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경기를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총선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지금은 정치적 목적의 집행으로 비판만 할 상황이 아니다. 경향신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기본소득 지급에 찬성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정부의 접근도 유의할 대목이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10조3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은 이미 조성한 저소득층소비쿠폰 등으로 충당하고, 2조원은 지방정부에서 부담토록 했다. 나머지 7조1000억원의 ‘2차 추경’은 사회간접자본 등 예산을 재조정해 조성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남겨둔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제 긴급재난지원금의 큰 틀이 마련됐다. 정부는 구체적인 지급 액수나 대상을 둘러싼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급하고 목적에 부합하는 곳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휴직·실직 등으로 소비 자체가 불가능한 취약계층에게 지원금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인공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전자화폐나 지역상품권이 편법적으로 현금화돼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럴 경우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의 마중물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2차 추경 통과와 예산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도입된 긴급재난지원금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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