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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4월 1 (출처:경향신문DB)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31일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 “총선을 앞두고 돈 풀기로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후 사정을 살펴본 결과 명백히 총선을 겨냥한 매표 욕망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라며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신세돈 공동위원장은 “앞으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선거용 퍼주기’ ‘매표 행위’라는 것이다. 통합당은 전날엔 “선거 유불리만을 저울질한 임시방편, 임기응변식 대응”이라며 비난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하위 소득 가구에 생계 보장과 소비진작 효과를 내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다. 정부가 재난을 맞아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처음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서도 산업생산과 소비가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지금의 위기가 엄중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절박하다는 점에선 야당도 동의하고 있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데에는 9조1000억원가량이 들어간다. 통합당 내에선 지원 규모를 더 늘리자는 얘기도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40조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정부 예산의 세출 20%를 조정해 지원 규모를 100조원으로 대폭 늘리자고 했다. 같은 당 지도부에서도 한쪽에선 지원을 더 늘리자고 하고, 한쪽에선 ‘표 구걸’이라고 한다. 도대체 주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을 위한 추경안이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통과되면 5월 중순 지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전에 국회를 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때 제1야당이 각 가정에 하루라도 빨리 지원금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당장 ‘원 포인트 국회’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자고 했으면 많은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또 지원 규모 증액 등을 놓고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보자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번 대책은 코로나19 위기에 맞선 ‘민생 심폐소생술’과 다를 바 없다. 한데 함께 힘을 모으기는커녕 ‘매표 행위’라고 한다. 아무리 총선을 앞두고 정부를 견제하는 게 야당의 선거 전략이라고 해도 사상 초유의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할 말, 못할 말이 따로 있다. 야당은 정부를 때렸지만, 멍은 시민들의 가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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