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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김영삼 정부의 ‘사정 1호’로 수감되면서 상지대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총장으로 학교에 복귀했다. 학교법인 상지학원은 지난 1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김씨를 상지대 총장에 선출하고 그제 강원 원주 상지영서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한다. 사학비리로 인해 교육계에서 퇴출당한 그가 학교를 재장악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마치 막장 드라마라도 보는 듯하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학교의 혼란과 학생들의 피해가 걱정된다.

상지대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김씨와 그를 총장으로 임명한 이사들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씨가 물러난 뒤 상지대는 비리재단의 오명을 벗고 민주적인 시민의 대학으로 탈바꿈했으며 양적·질적 성장까지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0년 사분위가 김씨 일가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줘 복귀의 발판을 마련해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그 결과 정이사로 복귀한 김씨 측 인사들은 1년 넘게 총장 선임을 못하도록 하는 등 이사회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다가 지난 4월 이사회를 장악한 뒤 김씨를 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총장으로까지 선출해버린 것이다.

상지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문기씨 _ 연합뉴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과정에서 교육부와 사분위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 1월 사분위는 비리 당사자라는 이유로 김씨의 정이사 선임을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시늉일 뿐 그런 비정상 상태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채영복 전 이사장과 교육부 추천 이사 등이 김씨 측 이사와 ‘임원 간 분쟁’ 상태인데도 행정감사 요구를 외면하는 등 수수방관한 교육부의 태도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법인의 이사 선임이라든가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의 총장 선임은 교육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김씨가 총장에 선출되기에 앞서 차남 길남씨가 이사장에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부가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 사학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김씨의 이사 승인을 거부하고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게 옳다. 나아가서 상지대 재정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졸업장에 ‘총장 김문기’라고 찍히는 게 불쾌하다”는 학생의 말이 가슴을 찌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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