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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조사본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숫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실소가 나올 뿐이다. 정치관여는 했으나 대선개입은 안 했고, 개인적 일탈은 있었지만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 4월 경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발표와 논리구조가 유사하다. 경찰도 당시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댓글 활동에 대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뒤엎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온 나라가 이 사실을 아는 터에 또다시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국방부는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건가.

이번 수사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온통 부실투성이다. 이모 전 심리전단장이 사이버사 요원들에게 지침을 하달했고, 특정 정당·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한 글이 7100여건에 이르는데도 ‘조직적’ 대선개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선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면죄부를 줬다. 사이버사령관의 관여 사실이 드러났고, 국방장관이 매일 아침 사이버심리전 동향을 보고받았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모두 외면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사이버사가 예산 일부를 국정원에서 지원받고 요원들의 댓글 활동 방식이 국정원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국정원과의 연계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입건자 가운데 구속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람마저 구속하지 않은 것은 노골적 봐주기 혐의가 짙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4년 8월 7일 (출처 : 경향DB)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중간수사발표 때 3급 군무원인 이 전 심리전단장을 ‘몸통’으로 지목하고 사이버사령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몇 달 만에 ‘사령관은 관여했지만 장관은 몰랐다’는 쪽으로 말을 바꿨다. 꼬리 자르기에 한 번 실패하고도 또다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국민을 설득하려면 최소한의 성의는 갖춰야 한다. 조사 한 번 안 해놓고 무조건 믿으라는 게 말이 되나. 김관진 실장은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도 사건 전모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책임질 일이 줄줄이 걸려 있는데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으니 국민의 분노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김 실장은 지휘 책임이라도 지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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