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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협상과 결렬을 반복하며 대립하던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으나 유가족의 반발로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어제 핵심 쟁점인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문제에서 국회 몫 위원 4명 가운데 여당 몫 위원 2명을 세월호 사고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키로 했다. 이는 특검을 야당 추천인으로 임명하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당초 야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특검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핵심은 빠진 채 특검추천위원 문제에 맴돈 결과다. 야당 추천 특검이었으면 거둘 수 있는 성과와 비교할 때 한참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차 합의 때와 같은 최악은 피했지만, 여전히 최소 수준의 합의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집권세력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태도 변화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집권당으로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이라면 진상규명에 앞장서고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그러나 7·30 재·보선 승리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버리고 세월호 국면을 조기에 끝내는 데만 집중했다. 그 때문에 여야 간 협상이 ‘가장 효과적인 진상규명 방안’보다 그저 무난한 방법을 찾아 절충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야당도 협상력 결여, 지도력 부족, 신뢰 상실 속에서 새누리당에 이러저리 휘둘리다 길을 잃고 여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 주호영(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임시국회 종료일(19일)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 교착상태에 빠진 세월호특별법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유가족들은 이번 합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1차 합의에서 형식적 절차만 조금 수정한 정도로는 애초 유족 측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도 1차 합의의 틀을 유지한 채 미세조정하는 협상으로 일관했다. 여야 합의와 유족 측의 거부가 반복되는 이 과정은 야당의 실패를 넘어 정치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특별법도 여야 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타협이 불가피하다. 유가족 측의 요구를 다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정하게 적극적으로 진상을 조사할 수 있는 특검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여야 합의라면 그런 원칙을 반영했다고 당당히 설득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협상에 많은 시간을 낭비했지만,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여야는 이번에 정치적 역량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적 거부를 당한 여야는 각자 자기 역할을 성찰하며 이 난국을 풀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유족 측의 거부는 정치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치의 기본을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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