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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우리가 무노동 무임금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의 ‘무노동 무임금’을 관철하려는 여당의 다짐이 퇴색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무노동 무임금은 개원이 지연되거나 장기 파행, 의원의 구속·출석 정지 등으로 의정 활동이 불가능하면 그 기간만큼 세비를 반납한다는 게 골자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진 만큼 여당 의원들의 세비 반납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이한구원내대표 (경향신문DB)
그러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성사 여부를 떠나 애초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무노동’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야당 때문에 빚어진 무노동의 사례로 몰아세워 환심을 사고 싶은 모양이나 민주통합당 은수미,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 같은 이들은 연일 새누리당이 제출한 사내하도급법의 맹점을 파헤치는 기자회견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의정활동이란 국회에서 이뤄지는 원내활동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펼쳐지는 원외활동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현 국회 파행을 의원들의 무노동으로 판정하는 데는 큰 무리가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무노동 무임금 추진의 이면에 숨겨진 정략적 발상이다. 모든 정당이 그러하듯 야당도 민심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국회를 파행시킬 세력은 없다고 본다. 야당이 국회를 보이콧한다면 그에 따른 역풍까지를 감수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노사관계에 비유한다면 노동자들의 노동 3권 수호 투쟁에 견줄 수 있는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무노동 무임금 추진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해야 할 여당이 그 책무를 법의 울타리에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여당이 의원들의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배지만 달면 100가지 이상이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에는 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에 대한 조소가 들어 있다. 단 하루만 배지를 달아도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 의원 연금제도도 그 범주에 든다. 개헌 사항인 회기 중 의원 불체포특권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치더라도, 연금제도 개편이나 국회폭력 처벌 강화,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은 마땅히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무노동 무임금은 실효성은 물론이고 그 의도부터 의심스럽다. 새누리당이 진정 국회를 쇄신할 요량이라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른 ‘무노동 무임금 쇼’는 접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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