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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고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걸음걸음에 ‘세월호 메시지’가 강렬하다. 교황은 방한 첫날 서울공항에 나온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전 따로 세월호 유족을 만났고, 이들에게서 받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미사를 진행했다. 미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16일 광화문광장 시복 미사 집전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한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려 이들의 얘기를 들어줬다. 교황은 세월호 사고로 딸을 잃고 단식 농성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의 간청에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분노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책임 규명의 정도를 외면하는 정치권에 절망한 세월호 가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눈물을 닦고 위안을 얻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이 대통령보다 수천리를 날아온 교황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고, 그에게 희망을 의탁하는 현실은 잔인하고도 처연하다. “아이들이 왜 그토록 어처구니없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세월호특별법”을 교황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무참하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와의 만남 (출처 : 경향DB)


세월호특별법을 만들려는 취지와 목적은 명료하다.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정확한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실질적인 수사권이 보장되지 않는 세월호특별법을 유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재협상 결정을 했지만, 실은 유가족과 국민이 여야 양당의 합의를 파기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4개월이 넘도록 진실을 밝히는 첫걸음조차 못 떼고 있다. 임시국회가 19일로 종료되지만, 세월호특별법은 교착 상태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합의 파기만 문제 삼으며 정치적으로 야당의 ‘자책골’을 즐길 수는 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을 매듭짓지 않고는 정부·여당이 고대하는 ‘세월호 이후’로 나갈 수 없다. 세월호 정국 파탄의 부담도 종국엔 여당에 돌아간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각종 법안도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여당이 풀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의 요구는 한 가지, ‘성역없는 진상 규명’을 담보하는 세월호특별법이다. 진실과 책임 규명을 회피·모면하려는 게 아니라면 새누리당이 그러한 세월호특별법 만들기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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