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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새 신발로 갈아 신을 때는 언제일까? 밑창이 닳아 구멍이 생겨 발 보호라는 기본기능을 상실했을 때가 아니라 대부분 낡거나 유행이 지나서 혹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꾼다. 신발은 밑창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통합적인 물건이다.

현 정권에 의한 사회 각 분야의 퇴행과 급증하는 국가부채 및 경제침체, 그리고 ‘대박’이라고 했던 남북통일의 모습은 미국 입장만이 반영된 사드 배치 진행으로 잘 드러난다. 이렇듯 국민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많은 이들의 관심은 곧 있을 4·13 총선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선은 2017년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 모두는 자신들의 약점을 최대한 숨기고 보완하려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가 사회 변화의 기회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사회의 질적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바뀌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중앙정치나 통치권자가 바뀌면 될 것이라고 믿는 단견으로서, 신발 밑창만이 신발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회 각 분야에 걸친 퇴행 구조를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이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자리 잡고 있는 권력의 시녀들. 어찌보면 이들은 왜곡된 정치 활동을 뒷받침하는 구조이다. 또 건강한 사회 구조와 토양을 허물고 오염시키는 ‘유해물’이다. 공단이나 공사 등 여러 공기관과 조합의 이사장이나 ○○ 대표 등, 이름도 처음 듣는 다양한 단체의 수장은 해당 조직과 전혀 상관없이 대부분 권력의 낙하산으로 이뤄진다. 이들이 조직의 건전한 기능과 역할 수행보다는 권력의 눈치만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것은 정권에 의한 낙하산 인사의 목적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이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그들만의 회전문 인사'라며 전관예우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_정지윤기자

심지어 비리 인사조차 낙하산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권력의 일원으로 부르는 ‘회전문 인사’로 인해 권력 유착형 비리와 부패는 끊일 수 없다.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국가 개혁에 가장 반대하는 보수적 저항집단이 된다. 이런 공조직과 단체야말로 사회 퇴행의 물적 기반이기도 하며, 기득권 유지와 강화를 위해 통치권자를 포함한 중앙정치인들과 상부상조하는 견고한 성채다.

특히 정권에서 임명하고 지원하는 대부분의 분야는 사회 공공성의 명분이 있다. 낙하산 인사와 더불어 국가지원금이 이들 집단을 조정하는 구실을 하는 상황에서 여러 공단, 공사는 물론, 자리 마련과 국가지원금을 위해 최소 형식만 갖춘 공공재단도 적지 않고, 표를 의식해 문제 삼지 못하는 종교집단 역시 국가지원금으로 개인 종교인의 주머니를 채우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이 점에서 노동계, 교육계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며, 언론과 검찰 분야처럼 그 타락이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분야 외에,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여러 공공 영역에서의 권력 눈치 보기와 사적 이득 챙기기는 이미 고질화되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 자리 잡은 이런 유형의 퇴행 구조와 문화에 대하여 용기를 내어 공론화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중요하며 시급하다.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좋은 정치가를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이나 지방정치에 뜻이 있거나, 국가 경영의 꿈을 가진 정치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도 국민과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정치와 무관한 일반인들마저 지나치게 정치권에 신경 쓰기보다는 각자 속한 영역이나 집단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용기 내어 공론화하고 대응하는 일상적 행위야말로 사회를 개선시키는 첫걸음이다. 또한 이는 각 분야의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고 체험하는 일반시민이 정치인보다 더욱 잘할 수 있다.

신발은 밑창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듯이 세상 역시 그러하다. 우리의 삶이 일년 내내 크고 중요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순간이 소중한 삶인 것처럼, 사회를 바꾸려면 내 삶의 현장에서 일상의 작은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길들여진 사회가 부여할 불이익과 비난에도 우리 스스로가 희망이 되려면, 보다 분노해야 할 대상은 어쩌면 정치를 넘어 내 삶의 현장일 수도 있다.


우희종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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