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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파문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어제 의혹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윤리위원회 회부 조치에 그쳤으나 오후에 다시 회의를 열어 입장을 번복했다. 박근혜 의원을 제외한 당내 대선주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부랴부랴 수습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비박 주자 중 3인은 황우여 대표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경선 일정 잠정 불참을 선언했다. 박 의원도 “당을 망치는 일”이라고 이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천헌금 사태가 새누리당 경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 당사자들 (경향 DB)
‘돈 공천’ 파문이 확산된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무원칙한 대응 때문이다. 어제 종일 우왕좌왕한 당의 행태는 이를 잘 드러낸다. 오전 회의에선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윤리위 차원의 진상조사 방침을 결정했다. 윤리위에서 탈당 권고나 제명까지 가려면 여러 차례 회의를 해야 하는 만큼 시간벌기용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왔다. 당 관계자들은 “제보자가 야당 유력인사와 접촉했다는 설이 있다”며 물타기까지 시도했다. 오후 들어 비박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사태는 오히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헌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듯하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대표자이자 독립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직을 현금으로 사고팔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새누리당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다 경선이 위기에 처하자 뒤늦게 탈당 권유 방침을 밝혔으나 미봉책일 뿐이다. 성추문이든 논문 표절이든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를 해온 행태의 반복에 불과하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박근혜 의원의 태도이다. 어제 박 의원은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지금 양쪽에서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하지 않느냐.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수사해 사실관계를 밝히면, 그 결과를 놓고 법적으로 분명한 처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는 전날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총선을 지휘한 책임자로서 온당한 자세라 할 수 없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 전이라 해도 불미스러운 잡음이 빚어진 만큼 최소한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공천헌금 파문의 기저에는 박 의원 1인을 중심으로 사당화(私黨化)한 새누리당의 폐쇄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이 많지 않은가. 김문수 경기지사는 “검찰에 의해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겠느냐는 식의 한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를 지지율이 뒤처진 경쟁자의 정략적 공세로 치부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미봉책으로는 경선 판까지 번진 ‘돈 공천’ 파문을 수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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