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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자동차부품업체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 난입해 파업 노동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끝없는 범법행각과 당국의 묵인방조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가 최소한의 법과 상식이라도 작동하는 곳인지 근본적인 의심을 품게 된다. 곤봉과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용역깡패’들을 앞세워 수십명의 노동자들에게 중경상을 입힌 이 업체는 2009년 9월 충남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인 한성실업의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자사 직원을 위장취업시키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짓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사측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6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이들은 곧바로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 중 4명이 컨택터스의 직원이었다. ‘내부첩자’로서 노조에 침투한 이들은 주요 협상정보를 사측에 넘기는가 하면 사사건건 노조활동을 방해했고, 결국 직장폐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컨택터스는 또 노동관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파업 사업장에서의 대체인력 공급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회사 밖으로 쫓겨난 경기 안산시 에스제이엠 노조원들 (경향신문DB)
그럼에도 컨택터스가 법적 제재를 받기는커녕 보란듯이 범죄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비결’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이 업체의 문성호 회장이 2007년 이명박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특별직능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이라는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SJM과 만도를 포함해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도 시원찮을 이들이 노조원들을 비난하고 문제를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들을 조롱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문 회장이 갖고 있는 정치적 배경이었을 터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문 회장을 당직에서 퇴출시키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추구하고 있는 쇄신의 내용에 ‘용역깡패 후원’이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이미 수차례 촉구한 바 있지만 용역폭력은 민주국가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범죄행위라는 차원에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폭력을 휘두른 컨택터스와 폭력을 사주한 업체, 이를 비호함으로써 크나큰 직무유기를 저지른 관련당국 등 3자 모두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야 할 국가의 책무라고 하겠다. ‘용역깡패’들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곤봉과 쇠파이프 앞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낀 여성노동자들이 수차례나 112에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는데도 경찰이 묵살하는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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