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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리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은 사립대학의 혁신에 나선다. 교육부는 26일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학혁신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혁신위는 교육부 관계자와 법조계·회계법인·시민단체 등 외부전문가 15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실무추진단에는 사학발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사학비리 조사·감사 TF를 두기로 했다. 교육부가 사학발전과 비리척결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교육부가 폐쇄명령을 내린 대구외대와 한중대는 설립자의 비리와 파행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립자가 2012년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재정난을 겪어온 서남대는 현재 폐교 절차를 밟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12개 사립대는 비리가 적발되거나 부실 운영이 드러남에 따라 폐쇄명령을 받거나 자진폐교했다. 이들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해야 했고, 교직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를 통해 비리 대학의 폐교 때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사학법은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잔여재산은 재단에서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비리로 대학이 폐교되더라도 정관에 규정만 있으면 재산이 설립자나 가족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비리 사학의 거수기로 전락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손봐야 한다. 특히 옛 재단에 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한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은 옛 재단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로 활용돼왔다. 사학비리로 퇴출된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사분위 때문이었다. 2010년 이후 조선대·영남대·세종대 등 10개 대학에서도 옛 재단이 이런 절차를 거쳐 복귀했다. 사분위가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사학의 민주적인 교육가치 실현보다 비리 사학의 사적 권리 보호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사학혁신위 설치를 계기로 건전 사학은 지원을 강화하되 비리 사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게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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