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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3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선에서 낙선한 후 당 운영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 보수통합 논의로 당이 흔들리자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가 마주한 현실은 험난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당장 보수통합론으로 반쪽이 된 당을 수습해야 한다. 통합파 의원 9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과정에서 남은 의원들끼리도 갈등의 골이 생겼다. ‘시한부 동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유 대표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 어제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제외된 데서 보듯 교섭단체 자격 상실에 따라 축소된 입지 회복도 그의 몫이다.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권호욱 기자

여기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가 유승민 자신의 리더십이다. 유 대표는 의원들이 탈당하는 과정에서 대안은 내놓지 못한 채 ‘원칙 있는 통합’만 강조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합파의 집단탈당을 막으려고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을 때도 단호히 거부했다. 유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마저 그의 태도에 실망해 등을 돌렸다고 한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함께할 세력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결정적인 흠결이다. 이번에 당 소속 의원들이 ‘한 달 안에 중도보수 통합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당의 공중분해는 가까스로 막았다. 앞으로 유 대표 자신이 한국당, 국민의당과 연대·통합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다를 바 없는 유 대표의 고루한 안보관 역시 문제다. 합리적 보수를 주장하려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안보정책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유 대표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선공약을 재점검하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바른정당을 정책과 지향점이 분명한 정책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 대표도 유연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중도정당에 대한 시민의 수요는 분명히 있다. 다당 체제에서 시시비비를 명쾌하게 가리고 협치를 주도한다면 바른정당의 보수개혁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반면 유 대표의 독선이니 사당화니 하는 말이 나오면 당의 미래는 물을 것도 없다. 합리적 보수당의 성공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유 대표의 진화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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