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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군 사이버사령부·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수사 등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활동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사회 모든 분야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안보외교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군 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다. 적과 싸워야 할 국군 조직, 국가·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정권의 통치기구로 전락시킨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이 전 대통령은 사이버사와 국정원 불법 활동의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다. 종범격인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구속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한 이 전 대통령이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기가 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초청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국정농단의 원조는 사실 이명박 정권이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재벌·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보수단체를 지원했으며, 공영방송 등 언론을 탄압했다. 정치보복을 한 세력도 이명박 정권이다. 검찰과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이용해 전임 정부 인사 뒤를 캐고, 야당을 탄압했으며,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이 갖은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경우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지은 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문재인 후보 당선 시 후환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국방장관은 사이버사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사이버사가 댓글조작을 하면서 청와대와 공모한 물증도 이미 나왔다.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지난주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이 설명해야 할 차례다.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많지 않고,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은 이명박 정권이 과거 5년간 저지른 반민주적·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실체 규명을 원하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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