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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금주 후반에 4주째를 맞는 고강도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번 더 연장할지, 생활방역체제로 전환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방역은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사회 활동을 좀 더 늘리면서 필요한 강도의 거리 두기를 지속하는 방역체계를 말한다. 정 총리는 “섣부른 완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가를 치른다”며 생활방역 전환 시기와 방법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 같은 일상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고, 여러 번 나눠 가야 할지 모른다는 전제도 붙였다. 월요일 아침에 우리 사회가 생활방역 전환 여건이 되는지 따져볼 “중요한 한 주가 시작됐다”고 공론화의 물꼬를 연 셈이다. 

생활방역은 언젠가는 맞닥뜨릴 의제였다. 정부도 ‘확진자 수 50명 이내’로 잡은 생활방역의 논의 조건은 지켜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민들의 피로감과 경제적 주름도 무겁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긴 호흡으로 방역 틀을 다시 짤 분기점에 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와 방법은 과학적 판단과 더불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유럽의 코로나19 대유행은 정점도 지나지 않았다. 확진자가 20~30명씩 이어지는 국내 상황도 코로나19 확산 지연에 가시적 성과를 거둔 ‘심각 단계’로 보는 게 냉정한 진단이다. 부활절 행사와 총선 후 확진자 추이에 변화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지난달 개학한 싱가포르도 집단감염이 속출해 학교와 해변을 다시 폐쇄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생활방역 전환에는 실행 가능한 지침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경각심 유지, 법·제도 보완, 시민 협조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정부가 의견수렴 중인 생활방역 5대 지침엔 ‘아프면 쉬겠다’고 하고, ‘2m 이상 거리 두기를 지속한다’는 항목이 담겼다. 상병수당과 유연근무 선택 폭을 넓히지 못하면 이 지침은 사용자 선의에만 기대야 할 노동자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생활방역은 순차적으로 모색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등교하는 개학도 온라인개학처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재택근무를 먼저 해제하며, 다중이용시설 통제는 최대한 지속할 필요가 있다. 되돌아가면 불만과 피로감이 커지는 게 감염병 방역이다. 생활방역은 백문백답하는 자세로 신중히 결정하고, 세밀하고 긴 이정표를 그린 뒤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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