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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교통공사 직원 1285명 가운데 108명이 공사 재직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세습’이라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은 지난 17일에 이어 18일 국정감사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검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서울교통공사 신규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10% 가까이가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울교통공사는 평균 연봉이 6700여만원으로,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신의 직장’이다. 올 하반기 555명을 뽑는 이 회사 정규직 시험 경쟁률은 65.9 대 1이었다. 피땀 흘려 공부해도 들어가기 힘든 공기업에서 고용세습 논란이 벌어지니 취준생들의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교통공사의 경우 전환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당시 인사처장의 부인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야당은 18일 서울시 국감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사실을 사전에 알고 친·인척의 입사를 독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교통공사 노조가 고용세습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질의도 나왔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노사가 무기계약직의 전원 정규직화에 합의한 것은 친·인척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취업한 지 한참 뒤의 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특혜 입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미 안전업무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들을 정규직화한 것”이라며 “특별히 비리가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공사와 박 시장의 해명만으로는 교통공사 직원들 사이에 친·인척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혹이 석명되지 않는다. 인사처장의 부인 사례처럼 전환 과정에서의 편법 의혹도 풀리지 않는다.  

고용세습은 특권을 거부하는 시대흐름에 반하고, ‘고용 정의’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대한 문제다. 그렇지만 사실 규명 차원을 넘는 야당의 정치 공세는 과도하다. 당장은 고용세습과 정규직 전환 과정의 문제 등 사실관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침 서울시가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고 하니 신속하고 철저한 감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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