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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8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재지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지정취소 결정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대상 13곳 가운데 8곳이 지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지정취소 통보를 받은 자사고는 지난달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한 전주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를 포함해 11곳으로 늘었다.

현재 전국에는 자사고 42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올해 평가 대상 24곳의 46%인 11곳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정부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물론 지정취소 통보를 받은 11곳이 모두 일반고로 바뀐다고 단언할 수 없다. 교육부의 최종 동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국정과제인 만큼 교육부가 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반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실현단계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결과 공개 간담회에서 박건호 교육정책국장이 평가 대상 학교의 현황 등이 적힌 문서를 들고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자사고란 ‘일반 사립고와 달리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에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는 학교’를 말한다. 교육과정 운영을 다양화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자는 게 지정 취지다. 취지대로라면 고교교육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자사고들이 ‘교육 다양성’이라는 취지와 달리 ‘대입 진학교육’에 몰입하고 있다. 상산고의 경우 학생의 약 20%가 의대에 진학하면서 ‘의대 입시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자사고에는 서열화, 과열경쟁, 사교육비 등의 꼬리표가 붙는다. 자사고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다. 2016년 한국교육개발원 여론조사 결과 고교평준화 찬성률(64.7%)이 반대(20.9%)의 3배나 됐다. 지난달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자사고·특목고 축소’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이 반대의 2배였다. 

그렇다고 40여곳의 자사고를 한꺼번에 일반고로 강제전환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5년마다 하도록 돼 있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자사고를 지원하는 학생에게 일반고 지원 기회를 금지한 대통령령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일반고와 동일하게 후기에 입학전형을 실시하도록 한 대통령령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자사고가 완전 폐지될 때까지는 자사고와 일반고가 함께 경쟁하는 고교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일각의 반발이 있지만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각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맞춰 점수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바로잡는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 자사고 방식의 경쟁 위주 교육을 지양하면서 일반고 육성을 통한 교육의 다양성·수월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반고 전환과정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아울러 달라진 교육환경에 걸맞은 방향으로 대입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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