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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1년이 됐다. 캠프에 참여한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가운데 5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이 사고는 ‘세월호의 과거판’이라고 할 만하다.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수련활동을 하던 중에 일어난 대형 인명사고라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사고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등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까지 판박이처럼 닮은 점에서 그렇다. 안전보다 이익을 앞세운 기업의 탐욕, 관리·감독 역할을 해야 할 공공부문의 비리와 무능,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등 구조적 폐단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자 전조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다.
태안 참사 1년을 되돌아보는 것은 그래서 더 참담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는 사태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그때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리·감독 소홀로 국민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시 반드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 가운데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세월호 침몰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똑같은 사고가 1년 사이에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과거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위로하는 태안해병대캠프 사고 유가족들 (출처 : 경향DB)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1년이 되도록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책임자로 지목된 업체 대표 가운데 한 명은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혐의만 적용돼 2심 재판 중이다. 사고 현장에서 불법 모래채취 정황 등 해소되지 않은 의혹도 여전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한 학생안전대책이나 정부 당국이 약속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도 여태 마련되거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과 공주사대부고 졸업생들은 태안 참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사고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 및 감사, 책임자 엄중 처벌, 사고 직후 내놓은 정부 차원의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이 같은 모습이 ‘세월호의 미래판’이 될 가능성이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 원인과 관련해 핵심 혐의자로 꼽는 유병언씨는 검거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구조에 실패한 해경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기우가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무엇보다 앞서 요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참사의 재발을 막는 길은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누구 책임인지 철저하게 가리는 데서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태안 참사 1년이 말하는 또 다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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