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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행좌석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달리 정원이 차면 더 이상 승객을 태우지 않고 지나가버려 버스 타기가 매우 어려워진 때문이다. 특히 중간지점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정류장에서 버스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 지각 출근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또 오는 버스의 빈자리가 몇 개나 되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없어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짜증만 더해진다고 한다.

시민 입장에서 엊그제까지 타던 버스를 못 타게 되어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광역버스의 입석승차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게 맞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자동차전용도로를 포함해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차량의 승객은 반드시 좌석 안전벨트를 매도록 돼 있다. 입석승차는 엄연한 불법인 것이다. 단지 불법이니까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입석승차를 법으로 금지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속주행하는 버스에서 사람이 서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를 맨 승객과 매지 않은 승객의 피해가 어떻게 달랐는지 떠올려보면 위험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이 부분에서도 안전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남역 부근 정류장에서 용인 방면 버스에 탑승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_ 연합뉴스


문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원칙이라고 충분한 대비책도 없이 불쑥 시행하면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같은 요금을 주면서 서서 가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승객은 많고 운행하는 버스는 적으니 어쩔 수 없이 입석승차라도 하는 것이다. 그게 불법이라고 하나 시민들 잘못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으려면 입석승차를 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길이 없는데도 무조건 입석승차를 막는 것은 시민들 불편쯤이야 알 바 없다는 무책임한 탁상행정일 뿐이다. 정부가 222대의 버스를 투입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입석승차 인원은 하루 평균 1만5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버스 한 대의 정원이 24명인 만큼 신규 투입된 버스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고 해도 5000명은 소화할 길이 없다. 간단한 산수만으로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드러나는 것이다.

안전과 교통은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도 좋은 것이 아니다. 안전수칙을 지키되 교통편의 또한 보장하는 방안을 정부는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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