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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오찬을 겸한 만남은 2시간30분 넘게 진행됐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할 말을 다 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한 뒤 성의있게 답변했다고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제와 민생상황이 급박하고 엄중하다는 데 정부·여당과 인식을 같이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며 “첫 출발이 좋다”고 했다.

모처럼 발맞춘 국회·정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5일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바른미래당 김관영·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회동 테이블에는 한반도평화, 경제 활성화, 탈원전, 채용비리, 선거제 개편 등 최근 여야 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정 현안 대부분이 올랐다. 여야는 회의가 끝난 뒤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며 총 12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당초 자기 주장만 내세운 채 알맹이 없이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이다.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규제혁신 신속 추진 등 2개항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이렇게 하면 된다. 시각차가 클수록 대화가 필요하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것이다.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향후 국회에서 장단점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반대하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대해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모처럼 여야가 시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기조를 잘 이어가면 그동안 말만 무성하고 진척이 없었던 협치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본다. 남은 과제는 회동에서 나왔던 말들이 결코 구두선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야 합의는 구체적으로 실천됐을 때만이 가치가 있다. 이 중 일부는 원론적 합의일 뿐 실무 추진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공감한다면 작은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 간의 두 번째 월례모임도 열렸다. 비록 주요 쟁점에서 의견 일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다. 회동 한 번으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여야 간 의견 차가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논의할 게 생기면 중간에라도 만나자”고 했다.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치의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첫발을 뗀 여·야·정 협의체가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고 국정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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