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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 중인 ‘기억공간’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제외하고는 5년이 지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추모공원인 ‘4·16 생명안전공원’은 봉안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일부 지역주민의 반발로 4년여를 표류하다, 지난 2월 말에야 조성계획이 마련됐다.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이 다니던 교실을 재현한 ‘기억교실’ 등이 꾸며질 ‘4·16 민주시민교육원’은 오는 9월에나 조성사업이 본격화된다. 부지를 놓고 안산시와 교육지원청이 3년여를 허송하다 최근에야 상록구청 인근 은하수공원에 조성키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전남 진도 팽목항의 ‘기억공간’은 “진도항 확장 공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진도군의 반대로 조성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침몰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는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된 채 어색한 모습으로 추모객을 맞고 있다. 국민 모두가 뜻을 모아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도 모자랄 판에, ‘지역 이기주의’ ‘지역개발’ ‘늑장’ ‘눈치 보기’ 등 때문에 기억공간 조성이 늦어진다니 부끄럽고 참담하다.

2일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 세월호 천막이 있던 자리에 개관한 추모시설 ‘기억·안전 전시공간’. 이 공간은 80㎡ 규모의 목조건물로 전시실 2개와 재난 안전교육을 진행할 시민참여공간, 안내공간인 진실마중대로 구성됐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진도 팽목항에서 4㎞여 떨어진 ‘세월호 기억의 숲’은 미국 영화배우 고 오드리 헵번의 맏아들 션 헵번의 제안으로 2016년 4월9일 문을 열었다. 300여 그루의 은행나무마다 희생자들의 사진·사연이 걸려있고, 가족·친구 등이 남긴 글을 담은 ‘기억의 벽’이 조성돼 있다. 션 헵번은 조성 당시 “어떤 행동이나 어떤 말도  유가족의 아픔과 비통함을 덜어드릴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의 희생이 절대로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억공간은 참사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국가와 ‘산자’들의 참회와 다짐의 공간이다. 독일이 베를린에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세우고, 미국이 뉴욕에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추모 공원’을 조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세월호 참사는 특히 ‘살아있는 기억’이다. ‘4·16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의 세번째 책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에서 생존학생 엄마 문석연씨는 “생명안전공원 때문에 우리 동네에 현수막이 걸렸어요. ‘납골당 반대!’ 우리 애가 그걸 볼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내 아이 좀 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억공간 조성은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한 살아있는 자들의 책임이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들은 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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