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참으로 뻔뻔하고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가 자행됐다. 국회가 어제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압도적 반대·기권으로 부결시켰다. 송 의원은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여야의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이 얼마나 기만적 술수였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방탄국회는 없다”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정작 표결에선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표리부동의 극치를 보여줬다. 입으로만 정치혁신을 운위할 뿐 실은 특권의식에 절어 있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의 찬·반 분포를 따져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상당수도 부결에 동조했다. 평소엔 온갖 사안에서 다툼과 대결로 날을 지새우다가도 사법 심판대에 오르는 동료 의원을 보호하는 데는 눈물겨운 동업자 의식을 발휘해 ‘초당적 대응’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국회가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장기 파행한 속에서도 ‘제 식구 지키기’에는 일사불란하니 그 후안무치가 놀라울 따름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서청원 최고위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3일 송광호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하여 방탄국회란 비난을 의식한듯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출처 : 경향DB)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역대 국회에서 56번이 제출돼 가결은 19번에 그쳤다. 불체포특권이 의원들의 보신에 향유되어온 증좌다. 여야의 경계를 떠나 수시로 방탄국회를 열어 비리 의원을 보호하고, 번번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속셈은 뻔하다. 오만가지 명분을 들이대도 실은 “나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보호해달라”는 정치인들의 공범의식이 작동한 것일 뿐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19대 국회부터 불체포특권 포기를 필두로 연금제 개선, 겸직 금지 등 국회의원의 여러 특혜를 폐지하거나 포기하겠다고 앞다퉈 공약했다. 특권에 안주하며 안일과 각종 비리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비등점으로 끓어오르자 자구책 차원에서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쇄신 약속이었을 터이다. 그 약속은 아직껏 어느 하나 실천된 것이 없다. 이제는 대놓고 불체포특권을 비리 의원에 대한 법집행을 무력화하는 장치로 삼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새삼 거론할 것도 없이 헌법상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대응해 입법부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당장에 어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송광호 의원의 피의 사실은 그러한 탄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불체포특권의 취지가 변질돼 범법 의원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더 이상 놔두어서는 안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