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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다시 시작된 개학 후, 매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서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이번 수업시간엔 학생들과 어떤 대화를 할지, 학생들이 잘 배울지 그리며 잠시 긴장을 늦추는 순간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수업은 학급 분위기와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 같은 수업디자인도 학급마다 배움의 몰입의 결이 다르다. 여러 학급을 담당하다 보면 유독 수업이 힘든 학급이 있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이다. 또 한 학급에서도 수업시간에 눈에 띄게 무기력하거나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 전자나 후자의 경우 모두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그래서 여러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이 한결 쉽게 나온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은 학생들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학급공동체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인 경우다. 그럼 교과교사는 담임교사와 상의해야 방법이 나온다. 무기력한 학생은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나 일시적 가정불화와 같은 배경적 요인이나 학습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 경우도 여러 교과수업마다 수업참여 자세가 다르다. 여러 교과교사가 함께 논의하면 학습자의 특성이 좀 더 잘 보이고 학습자에게 맞는 좀 더 효과적인 교육적 방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사들은 한 환자를 치료할 최적의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분야 의료진이 모여 숙의한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은 수업 중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함께 논의한다. 이게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이다. 한 달에 한 번 방과후 2시간 동안 학년별 교사들이 모인다. 한 학급의 수업을 1시간 동안 참관하고, 수업시간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관찰한 것을 나눈다. 담임교사에게는 학급아이들의 관계가 잘 보이고 다른 교과교사들의 눈에는 낯선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가 보인다. 이런 교사들의 배움이 이후 수업디자인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마음가짐에 시나브로 녹여난다.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벌일 때도 동료성에 바탕을 둔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한다. 중등에서 한 주제를 정해서 공동의 작업을 하는 교과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국어, 사회, 영어교과가 민주시민을 주제로 연극프로젝트를 할 때, 처음엔 학교예산이 있을 경우 연극강사를 초빙해 수업지원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예산이 없어도 지속가능한 교육과정을 위해 교사가 연극연수를 받고 직접 수업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러 교과가 함께 진도계획을 세우고 국어는 글쓰기, 사회는 민주시민 수업, 영어에서 연극 준비 등을 함께하며 깊이 있고 통합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개혁은 ‘학생교육’을 중심에 두는 학교 만들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교사는 수업을 잘하고 싶다. 수업이 잘되면 행복하다. 교사들이 동료와 함께 교육 전문성을 키우고 나누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함께 연구하는 문화와 학생상담,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가 같이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과 상담하고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는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과 불필요한 관행 탈피를 시행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주로 무엇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인가. 단적으로 교사들의 대화가 ‘공문 제출 마감’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떻게 잘 배울 것인가’와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로 풍성한 학교는 수업이 살아있고 학생들도 잘 배운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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