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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생과 교육대생들의 대규모 반발 시위를 부른 ‘교원 임용 절벽 사태’는 교육부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부른 참사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는 국공립이 대부분이라 교육부가 그나마 정원 감축 노력을 해왔지만 중등 교원양성 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았다. 교육부는 중·고교생이 급증하던 1970~1980년대 국립 사범대만으로는 교사 공급이 부족하자 사립 사범대와 일반대학 교직 과정 정원을 대거 늘린 후 지금껏 방치하고 있다.

중등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어렵지 않다. 국어의 경우 국·사립을 막론하고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들어가 졸업만 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 교직 과목을 이수하는 방법도 있다. 학부 졸업 후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석사 과정을 밟아도 된다. 영어·수학·역사·생물 등의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도 같은 식이다. 이렇게 해서 2016년 한 해 동안 배출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2만2000명이다. 부문별로 사범대학 1만1541명, 일반대 교직 과정 5763명, 교육대학원 4065명, 기타 631명 등이다.

교사 자격자가 늘면서 교사 되기는 더 어려워졌다. 공립 중·고교 교사가 되려면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올해 선발 인원은 전국적으로 3000명가량이다. 신규 자격자만 시험을 치른다고 해도 경쟁률이 7 대 1이다. 하지만 임용시험 재수·삼수생 등이 있으므로 실제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이다. 올해 영어 교사 선발 인원은 170여명이지만 영어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6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면서 교사를 아예 뽑지 않는 지역도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영어·수학 교사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국어 교사는 1명만 선발한다. 국내 최고 사범대학 중 한 곳인 경북대 국어·수학·영어교육과 학생은 수석 졸업을 해도 고향에서는 교편을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1990년까지 국립 사범대 출신은 시험 없이 100% 임용됐다. 이들에게는 대학 입학금과 수업료도 면제됐다. 교원대 학생에게는 학비 보조금과 기숙사비까지 지원됐다. 당시 교원 정책은 양질의 예비교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학 입학 단계에서 우수한 교직 희망자들을 뽑아 그들을 훌륭한 교사로 길러내자는 취지였다. 군 장교와 경찰 간부 육성을 위한 사관학교나 경찰대 제도와 비슷했다. 반면 사립 사범대 출신과 교직 과정 이수자는 따로 시험을 쳐서 국립 사범대생들이 발령받고 남은 자리에 임용됐다. 국립 사범대와 비교하면 찬밥 신세였다. 이 같은 국립 사범대 우대 정책은 사립 사범대 학생들과 교직 이수자를 차별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고, 이후 도입된 것이 지금의 임용시험 정책이다.

교원 임용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수급 정책 실패지만 사범대 책임도 있다. 그동안 진전이 있었지만 사범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은 일반 대학과 여전히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범대가 일반대 교직 과정에 비해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교사를 길러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과 교육이 학문적으로 정립되고, 사범대가 명실상부한 교원 양성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면 일반대 교직 과정이나 교육대학원이 지금처럼 난립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범대 교수들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제자들 대다수가 교단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도 교육부를 비판하는 성명서 한 장 없다. 몇 안되는 정규직 교사 자리를 놓고 기간제 교사가 된 제자들과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자들이 다투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말리려는 시도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제자들 인생이 어떻게 되든 내 밥그릇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을 만에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교원양성 기관 교수로는 특히나 결격이다.

학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고 교직 관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올해 846만명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령 인구는 앞으로 5년간 100만명이 감소한다. 사범대학 정원과 일반대학 교직 과정 인원을 지금처럼 두는 것은 폭탄돌리기나 다름없다. 학교 교육의 성패는 교사에 의해 좌우되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교육계의 공리(公理)다. 고교에서 최상급 성적의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채 사범대에 진학한다. 그러나 사범대를 졸업해도 교사가 될 수 없다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전국적으로 사범대가 45곳이나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원 양성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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