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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중국인 밀입국자 2명에게 유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으로 가기 위해 환승대기 중이던 남녀가 21일 오전 1시반쯤 3층 면세구역에서 법무부 출국심사대와 보안검색대 등 5개의 관문을 버젓이 통과해 잠적한 것이다. 더구나 공항공사는 43시간 동안 이들의 밀입국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나흘 만에 이들을 붙잡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라의 관문이 뚫린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국가 시설 중에서도 최고의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가급’ 시설이다. 그런데 탑승객 두 명이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빠져나올 정도로 보안시스템은 허술했다. 잠겨 있어야 할 출국장 문은 열려 있었고, 출국장으로 통하는 문에 자물쇠가 채워진 경첩은 손으로 뜯길 정도로 약했다. 보안요원은 출국장 중앙에서 근무하라는 매뉴얼을 어기고 한쪽 구석에 있다 이들을 놓쳤다. 5겹의 감시망 중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후 대응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보안당국은 밀입국자들이 공항로비로 빠져나와 달아난 지 24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가 공항공사에 이들 행적에 대한 조회를 요청한 것은 항공사로부터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은 지 26시간이 흐른 뒤였다. 보딩패스를 받고 환승대기 중이던 승객이 잠적했는데도 곧바로 추적하지 않고 하루 이상 방치한 것이다.
인천공항에는 하루 17만명, 연간 4900만명이 드나든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이렇게 뚫리는 보안시스템이니 훈련받은 테러리스트에게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어쩌면 파악하지 못한 사례도 있을지 모른다. 당국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연초 수하물 대란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상황에서 보안까지 뚫린 것은 근무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증거다. 당국은 테러대응법 통과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주요 국가시설 전체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3번 바뀌었다. 지난 정권이 임명한 사장은 돌연 사직했고, 이후 임명된 사장 2명은 선거에 출마한다며 중도 사임했다. 사장 공백기가 11개월이다. 특히 박완수 전 사장은 친박근혜계로 경남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진 뒤 사장에 임명됐으나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사직해버렸다. 세계 최우수 공항인 인천공항이 이렇게 된 데는 공항의 최고 직위를 출마 전 잠시 머무는 자리로 변질시킨 무원칙한 인사 탓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고 인천공항거버넌스를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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