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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이번달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연일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에 비해 전반적으로 낙후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의료산업을 포함해 사회공공서비스에 닥칠 심각한 부작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의 기반이 될 서비스발전법이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묶여 있다”며 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민생을 위해 가슴을 열어달라”고 했다. 주요 쟁점법안 중 미합의로 남아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마저 야당을 압박해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는 ‘서비스 규제 완화만이 살길’이라는 맹목적 믿음만이 보일 뿐 의료공공성의 심각한 후퇴에 대한 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이 법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가 보건의료 분야 주요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정책을 보건복지부가 아닌 기재부가 주도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뻔하다. 기재부는 2008년부터 줄곧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자본의 진입 규제가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법안이 사실상 의료영리화 법안으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정부·여당이 굳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면 의료공공성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의료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선언적 의미의 단서 조항 정도로는 병원비 폭등, 의료양극화 심화 등 의료영리화에 따른 국민 불안을 씻어낼 수 없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수익성이 우선시되는 영리법인은 비영리법인에 비해 의료서비스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정부는 재벌들의 의료산업 진출에 따른 신규 고용창출만 강조할 뿐 동네 병원·약국 붕괴에 따른 고용감소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수익 추구 대상이 아니라 공공성과 국민건강권 증진을 최우선시해야 할 분야다. 보건의료 정책까지 경제부처가 결정하려는 발상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라도 포기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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