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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게임의 일종인 ‘수저 게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980~199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싹쓸이 고스톱’처럼 풍자성이 강하다.
게임은 카드를 뽑아 ‘금수저’와 ‘흙수저’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금수저는 집 세 채와 칩(화폐) 10개로 출발한다. 흙수저는 칩만 10개 있다. 집이 없는 흙수저는 자기 차례가 올 때마다 월세를 낸다. 금수저는 흙수저가 낸 월세를 받는다. 집을 구입하려면 칩이 10개 이상 있어야 한다. 무주택 상태로 4회가 지나면 병에 걸리고 요양을 위해 강제로 휴직당한다. 병에 두 번 걸리면 죽는다. 칩을 모두 소진해도 사망이다.
참가자들은 대학 진학과 취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곧바로 취업하면 한 번 돌 때마다 칩을 하나씩 받는다. 대학에 진학하면 처음 4차례(대학 4년을 상징)는 칩을 내야 한다. 이후엔 달라진다. 대학을 졸업하면 칩을 2개씩 받지만 고졸은 여전히 칩을 1개씩만 받는다. 금수저는 특권 계급이다. 무주택자로부터 월세를 걷고 세 차례당 한 번씩 흙수저 한 명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감옥에 간 흙수저는 경제활동 등이 제한돼 칩을 받을 수 없다.
흙수저들에게도 기회가 있다. 금수저는 소수지만 흙수저는 다수라는 점이 포인트다. 칩 1개를 내면 각종 정책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데 참가자 과반의 지지를 받으면 제도로 정착된다. 예컨대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매길 수도 있고, 무상 의료나 반값 등록금 정책 등을 시행할 수 있다.
게임 결과는 참가자들의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금수저와 흙수저가 공생할 수도 있지만 모두 절멸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집을 한 채 가진 은수저로 신분이 상승하는 흙수저가 있는가 하면 단명에 그치는 흙수저도 있다.
수저 게임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세태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복지와 민주주의가 왜 중요한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만든다. 날이 춥다. 친구나 가족이 모여 실내에서 수저 게임 한판 어떨까.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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