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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의 새끼 사랑’. 얼마 전 인터넷 메일함에 들어온 글의 제목이다. ‘유인수님’의 글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부리 아래에 주머니가 달려 있는 펠리컨이라는 새가 있습니다. 이 주머니는 펠리컨의 위가 담을 수 있는 양의 무려 3배나 더 담을 수 있습니다. 펠리컨의 주머니는 먹이를 잡을 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새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도 사용합니다. 북극 지방에 햇빛이 잠깐 비추는 몇 개월 동안 먹이를 이 주머니에 저장한 후,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추운 겨울에는 새끼들에게 저장한 먹이를 나누어주어 겨울을 나게 합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나기 전에 먹이가 떨어지면 펠리컨은 제 가슴살을 찢어 새끼들에게 먹입니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새끼에게는 자신의 핏줄을 터뜨려 그 피를 입에 넣어줍니다. 어미 펠리컨은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새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칩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펠리컨을 사랑과 희생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그렇구나.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만약 펠리컨이 새끼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가슴살을 찢었는데, 핏줄을 터뜨렸는데 갑자기 새끼가 사라지고 없다면 펠리컨은 얼마나 슬퍼할까.

한국에 자식 잃은 부모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던 아들딸을 잃은 부모들의 울음소리가 100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씩씩한 사나이가 돼서 돌아오겠다며 군대에 갔던 아들을 이유도 모른 채 저세상으로 보낸 부모들의 눈물이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말한다. 유가족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그래, 유가족들도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사랑하는 아들이 죽도록 보고 싶다. 우리 아들 살려달라.” “대통령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우리 아들이라고 하고 싶다.”

지난 13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유가족들의 외침이다. 유가족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사랑하던 아들딸을 위해 살던,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이들의 아들딸을 살려낼 수 있나? 그런데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거지? 가슴살을 찢어도, 핏줄을 터뜨려도 먹여줄 새끼가 없는데….

지금 유가족들에게 돌아갈 일상은 없다. 새로운 일상이 있을 뿐.

1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씨랜드화재참사, 대구지하철참사, 태안해병대캠프참사 등 대형 참사 유가족들이 참가한 '재난안전가족협의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들에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진실규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이번 참사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거나 유가족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참사의 원인을 바로잡아 ‘내 자식은 억울하게 죽었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세상에서 산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아이들을 놓아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부터 제대로 만들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한테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인지….

‘윤 일병 사건’ 이후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가 잃은 ‘국군사상자 유가족연대’ 부모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자식들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어떤 어머니는 10년째 아들이 죽은 이유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며칠 전 여군 장교이던 딸의 자살이 상관의 성희롱 때문인 것을 밝혀낸 어머니는 4년 동안이나 이유를 찾아 헤매야 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제대로 밝혀내지 않으면 앞으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일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 사고예방도 못하고, 구조도 못하고, 뒤처리까지…. 정부가 잘하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김석 비즈n라이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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