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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수학 필즈상

opinionX 2014. 8. 14. 21:00

영국 수학자 하디가 인도 출신 제자 라마누잔에게 문병을 갔다. 하디는 잡담으로 자신이 타고 온 택시 번호 1729가 별로 재미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라마누잔이 즉각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주 흥미로운 숫자입니다.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두 세제곱 수의 합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숫자입니다.”(1729는 1211+111 및 1011+911,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수학의 오묘한 세계와 수학자들의 천재적 면모를 알게 해주는 유명한 일화다.

1729라는 평범한 숫자를 매우 특별한 숫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수학이다. 볼 수도, 측정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초(超)미시·거시 세계에까지 인간의 지성이 미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수학 덕분이라고 할 만하다. 당연히 그런 것은 천재들의 몫이다. 라마누잔도 그 한 명으로서 하디에 의해 발굴돼 ‘라마누잔의 정리’를 비롯해 소립자물리학, 컴퓨터과학, 우주과학, 암 연구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수학적 업적을 남겼다. 하디와 라마누잔의 관계는 지난 11일 타계한 로빈 윌리엄스와 ‘하버드 수재’ 출신의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굿 윌 헌팅>을 떠오르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 참석, 필즈상의 첫 여성 수상자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세계 최고 천재들의 향연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수학계의 올림픽’이라는 세계수학자대회가 그제 삼성동 코엑스에서 필즈상 시상을 시작으로 개막됐다. 필즈상은 지난 4년간 가장 중요한 수학적 업적을 이룬 40세 이하의 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굿 윌 헌팅>에서 청소부(맷 데이먼 분)의 수학적 천재성을 알아본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이고, 그에게 수학뿐 아니라 삶의 해법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상담사(로빈 윌리엄스 분)도 한때 필즈상을 놓고 경쟁했던 수학자였다.

이번 서울 대회 필즈상 수상자 중 이란 출신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여성으로서, 브라질 출신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는 미국과 유럽 이외 국가 박사학위 취득자로서 각각 최초의 수상자라고 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우등생’인 한국은 아직 필즈상과는 인연이 없다. 상 받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적·사회구조적 요인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할 필요는 있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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