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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이냐 폐로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국 수명연장을 허가했다. 원안위는 그제 시작된 전체회의에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날짜를 하루 넘긴 어제 새벽 1시 표결을 강행해 안건을 처리했다. 야당 추천 위원인 김익중·김혜정 위원은 표결에 반대해 퇴장했고 나머지 정부·여당 추천 위원 7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결정이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까지 705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일부 원안위원과 원전 전문가는 같은 유형의 원전에 적용된 안전기준이 월성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막판까지 논쟁의 초점이 됐던 ‘원자로 격납건물 안전기준’(R-7)의 적용 여부가 대표적인 예다. 경제성 논란도 마찬가지다. 월성 1호기를 수명연장하면 22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올해 폐로하더라도 전력 설비예비율이 18.3%에 이르러 한국전력이 밝힌 적정 설비예비율 12%를 크게 웃돌게 된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탈핵행동의 날'을 맞아 월성1호기의 폐쇄를 기원하며 설 차례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번 수명연장 허가 과정에서 법 위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 103조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그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서다. 조성경 위원의 자격 시비도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원안위원에 임명됐지만 2011년 11월까지 한수원 신규 원전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등이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던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안전성 논란과 주민 반대, 위원 자격 시비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날치기’하듯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밀어붙인 원안위는 국민 안전을 위한 원전 규제기관으로서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고 말았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7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것에서 보듯이 정부 입김이나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는 한계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원전 당국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원안위라면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원전 안전을 둘러싼 쟁점은 해소하지 못한 채 우려와 갈등만 키우고 있는 원안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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