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가 어제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대선 레이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심 후보는 “낡은 질서가 허물어지고 성장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 개발토건주의가 붕괴하고 있다”면서 “가장 낮은 곳, 가장 아픈 곳, 정치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퍼올린 새로운 힘으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향해선 “우리는 진보적 정권교체의 공동 책임자다. 새로운 연대, 승리하는 연대, 단단한 실천연대를 이뤄야 한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도 선대위를 출범시켜 진보 진영의 대선 경쟁이 뜨거워지게 됐다.
심상정 의원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경향신문DB)
진보정의당은 창당한 지 아흐레밖에 안된, 소속 의원 7명의 신생·미니 정당이다. 그러나 대선 공간에서 물리적 조건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보일 책무가 있다. 5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진보정치가 사실상 실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이 근인(根因)인 만큼 진보정당 자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여기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안 후보가 모두 중도를 지향하면서 진보의 공간이 좁아진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서민복지와 재벌개혁 등 진보정당이 발언할 수 있고 발언해야 하는 의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진보정치의 실종은 아쉬움이 컸다. 오죽하면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이 생기고 처음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대선을 맞게 됐다”고 탄식했겠는가.
심 후보는 지난 19일과 25일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대차 노사와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실태를 공동조사하고,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규모 및 방법에 합의하자는 등의 5대 해법을 제시했다. ‘정리해고 없는 쌍용차, 비정규직 없는 현대차, 백혈병 없는 삼성전자’를 위한 대선 후보들의 공동성명 발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통합진보당의 위기가 ‘노동자의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노동자 대표성을 상실한 데서 비롯했음을 생각할 때 심 후보의 초기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노동가치 중심성을 확립하는 문제는 진보정치의 부활 여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진보정의당과 심 후보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외된 진보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빛바랜 진보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특검 수사로 드러나는 이 대통령 일가의 민낯 (0) | 2012.10.30 |
---|---|
[경향논단]비겁한 정치 (0) | 2012.10.30 |
[경향마당]공직자가 안 변하면 부패척결은 ‘헛구호’ (0) | 2012.10.29 |
[기고]위험 한계 넘어서는 ‘북방한계선 발언’ (0) | 2012.10.29 |
[사설]박 후보, ‘투표시간 연장’ 언제까지 침묵할 텐가 (0) | 2012.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