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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의 고용 악화는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불황이 서비스업으로까지 번지는 경기적 요인에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원인에 맞춰 당장의 추락한 고용지표를 회복시킬 단기적 처방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용 여건을 개선할 중장기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2018 서울국제트래블마트 관광산업 취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을 찾은 구직자가 12일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는 3000명으로 지난 7월 5000명에 이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4000명 늘어난 113만3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6만4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15~29세) 실업률도 10.0%로 8월 기준으로 1999년(10.7%) 이후 가장 높다. 무엇보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12만3000명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불황으로 내수가 줄면서 서비스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이 줄어든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드러난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에둘러 표현해 오던 김 부총리가 속도조절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김 부총리는 이미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바꿀 수 없고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개선 등을 예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언급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의 각론에 대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악화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저임금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최저임금 정책에서도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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