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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국가정보원과 군·경찰 등의 인터넷 댓글 조작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지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이 확보했다. 검찰은 댓글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으나,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증거는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될 때도 댓글 관련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댓글조작은 민주주의 토대인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하는 중대 범죄다. 더구나 대통령이 그 범죄행위를 직접 지시했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경찰의 댓글공작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검찰은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이명박 정부 청와대 기록물을 압수수색하다 이 전 대통령이 포털사이트 댓글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수석비서관회의 녹취록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열린 2008년 하반기 회의에선 “댓글 이런 것이 중요하다”, 2012년 대선 전 국정원 댓글조작이 정점에 달할 무렵에는 “다른 기관들도 국정원처럼 댓글 이런 걸 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녹취록대로라면,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청와대 지시나 독려 아래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조직적 왜곡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확인된 국정원·국군사이버사령부·경찰 외에 댓글조작에 개입한 국가기관이 더 없으란 법도 없다.

기실 국정원 등 복수의 국가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선거에 동원된 것은 누가 봐도 정권 핵심부의 승인이나 독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의 배후일 것이란 ‘심증’이 짙었던 이유다. 이제 심증을 뒷받침할 물증도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라는 헌법유린 행위가 다시는 없도록 하려면 ‘최종 윗선’에 대한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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