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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쌍용자동차 사태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대선 직후 실시하겠다고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제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고,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한구 원내대표도 소관 상임위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대선 이후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노동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꿈쩍 않던 새누리당의 이런 입장 변화는 그 의도와 경위가 어떻든 우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8월 2646명의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관련자 23명의 죽음이 말해주듯 우리의 각박한 노동현실을 대표하는 상징어가 됐다.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와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지금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서울 덕수궁 앞 천막에서 9개월째, 경기 평택의 송전철탑에서 보름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루하루가 사투인 이들의 문제를 푸는 열쇠는 새누리당이 갖고 있다. 진상 규명과 해고자 복직이라는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첫 작업인 국정조사가 그동안 다름 아닌 새누리당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이번 국정조사 수용을 ‘거짓 국민통합 정치쇼’라고 폄훼하는 노동계와 야당의 반응을 억지라고만 볼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경향신문DB)
쌍용차 사태 해결 의지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새누리당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 후보도 이 원내대표도 아니고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대선 직후’의 일을 약속한 것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믿을 노동자는 없다. 지금도 국회가 열려 있고, 민주통합당이 지난달 16일 국정조사 요구서도 이미 제출해놓은 상태다.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본회의에서 결의하면 된다. 그래야 대선 직후 쌍용차 국정조사가 실질적으로 가능하고, 새누리당의 진정성도 확인될 것이며, 철탑의 노동자도 땅으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누가 집권하든 상관없이 국회가 할 본연의 업무이자 국민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선거운동이다. 박 후보의 천막농성장 방문은 그 다음의 일이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대선 직후에 시작할 이유가 없다. 말로만 ‘대선 직후 국정조사’ 운운하고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소모적인 ‘진정성 공방’만 남는다. 새누리당의 쌍용차 국정조사 수용이 말뿐인 약속으로 끝난다면 생존의 벼랑에 몰린 노동자를 어루만지기는커녕 중도층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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