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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3인의 첫 TV토론회가 엊그제 열렸다. 세 후보의 날선 공방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는 반론을 펼 수 없는 제한으로 겉돌기 일쑤였고, 내용도 빈약했다. 사실상 박·문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대선판이지만 토론은 3자 대결로 진행된 탓이다. 18대 대선 들어 후보들이 처음으로 유권자들에게 민낯을 드러냈다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형식도, 내용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형식이었다. 사회자 질문에 답변을 한다거나 후보자 2인이 6분간 벌이는 상호 토론은 원천적으로 반론 기회가 봉쇄돼 있어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질 수 없는 구도였다. 형식적 제한은 토론 내용의 빈곤을 낳았다. 일방적 홍보를 해도, 실천이 불가능한 주장을 해도 검증할 길은 없었다. 박 후보가 메모를 읽어도, 문 후보가 동문서답을 해도 그뿐이었다. 사회자는 제대로 된 토론을 유도하는 심판의 역할을 포기한 채 물리적 시간을 재는 데 매달렸고, 이 때문에 토론의 맥이 끊기는 일도 발생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그 자체가 목적인지,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게 목적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의 후보인 이 후보가 밋밋한 토론회에 그나마 볼거리를 제공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박·문의 대결 구도를 흐리게 했을 뿐 토론을 의미 있게 촉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경향신문DB)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박 후보가 수세에 몰리자 당황하고, 문 후보는 토론보다 이미지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가 말을 바꾸고, 누가 우물거리며, 누가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지 목도했다. TV토론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청중 동원이 사라진 대선에서 다시 한번 나름의 역할을 인정받았다. 34.9%에 이르는 시청률은 뭘 의미하는가. TV토론이 채 수천명을 넘지 않는 시장 방문이나 지역 순회보다 훨씬 유용한 검증 수단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 역시 단순한 통과의례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징표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박·문 양 후보 진영이 토론회 후 방식 수정을 요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TV토론회가 유권자와 후보를 잇는 가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첫 TV토론은 박·문 양자토론에 대한 갈증을 더욱 키웠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궁금증만 유발한 탓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유권자들 못지않게 답답함을 느낀 측은 다름 아닌 박·문 후보 당사자들이 아닌가 싶다. 두 후보는 지금이라도 양자토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합의만 하면 된다. 더구나 문 후보 측은 양자토론을 계속 촉구해왔고, 박 후보 측도 1차 토론회 후 필요성이 제기되면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터다. 토론회의 제도적 보완책 마련은 그 다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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