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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장관이 또 사고를 쳤다. 그제 국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해 “학자로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며 “상대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 속에 국방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인신공격성 비하발언을 하는 자중지란이 벌어진 것이다. 급기야 청와대가 개입해 엄중 주의 조치를 내리고 송 장관이 사과했지만 여기서 끝낼 일은 아닌 것 같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장관의 원색적 비난은 자신의 ‘김정은 참수작전’ 표현을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문 특보에게 작심하고 되받아친 것이라고 한다. 물론 한솥밥을 먹는 외교안보라인이라 하더라도 정책적 이견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내부 조율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갈등을 거칠게 드러냈다면 외교안보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송 장관의 좌충우돌은 이미 호가 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언급해 평지풍파를 일으켰고, 국회에서 이를 추궁하자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가 며칠 안돼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미국의 핵확산 억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용으로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도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배치 지역이 바뀔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가 수정한 적도 있다. 북한의 전자기펄스(EMP) 공격에 대응한 레이저무기를 “비밀리에 개발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밀이라며 공개하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송 장관은 자신이 입을 열 때마다 국론이 분열되고 정책 혼선을 빚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핵심 정책에 대해 사전에 조율되지도 않은 사적 견해를 밝히는 그의 행태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는 그제 국회에서 800만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를 통일부가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지원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표출한 것인지, 왜 그런 의견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는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어쨌든 통일부는 그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송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월 3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국방개혁의 기대 속에 장관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국방개혁은 차치하고 주요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국무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질이 있는지, 부처 간 정책조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언행을 계속해왔다. 누란의 한반도 위기 속에 국방장관의 좌충우돌과 그를 둘러싼 자중지란은 이제 새로운 안보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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