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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8일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저의 과도한 얘기로 국민의당을 불편하게 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두 사람의 사과 없이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에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정도면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인준 절차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요구는 모두 충족됐다고 볼 수 있다. 늦게나마 국민의당 측이 인준 절차 협의에 응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 강릉 석란정 화재사고로 순직한 소방관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공은 국민의당으로 넘어왔다. 보수야당은 ‘사법부 코드 인사’ 등을 이유로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원내 40석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 때와 똑같은 태도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인준 부결 직후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했다. 그 당의 원내대표는 “그분은 법관으로서 훌륭한 분”이라며 문 대통령이 문제였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후보자는 문제가 없는데 당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반대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논리도 명분도 없이 그저 ‘문재인 정권을 혼내주자’는 식의 정략적 발상이란 비판을 받을 만했다. “멀쩡한 학생을 퇴학시켜 놓고 ‘참 괜찮은 학생인데 문제는 그 아버지’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유도 나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흠결이 드러난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사법부 독립에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고, 소장 법관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어 시대적 요구인 사법부 개혁의 적임자로 꼽을 만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자 인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3.3%로, 반대 28.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구보수세력의 저항 속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경쟁할 건 하면서도 촛불개혁엔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양당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국민의당은 이번엔 캐스팅보트를 분별력 있게 행사해야 한다. 고작 한풀이나 존재감을 위해, 정치적 이득 따위를 챙기기 위해 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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