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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을 마련해 법무부에 권고했다. 개혁위 방안은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권고하는 형식이지만 박 장관이 최대한 반영하기로 한 만큼 정부안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검찰 모습은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공수처 설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박영수 특별검사팀’ 같은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이다.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권력자와 검찰의 비리를 단죄하고 방지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9일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기위해 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 검찰만큼 힘이 센 수사기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경찰 수사도 지휘한다. 검찰이 정권과 부정하게 결탁하고, 검사들이 권한을 남용해 ‘공공의 적’이 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들의 비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개혁위 방안을 보면 공수처는 검사 50명을 포함해 최대 122명의 수사 인력으로 구성된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 경찰 고위간부 등이다. 공수처는 수사권 외에도 기소·공소유지권을 갖는다. 수사 사건이 검찰·경찰과 겹칠 때는 검경보다 우선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검경의 ‘셀프 수사’를 원천 봉쇄했다.

개혁위는 공수처를 견제하는 장치도 동시에 마련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위해 국회에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를 두고, 공수처 검사들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공수처장이나 공수처 검사가 저지른 범죄는 검찰에서 수사하도록 했다. 권력과 공수처의 결탁을 막기 위해 공수처장의 임기를 3년 단임으로 못 박고,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도록 했다.

공수처 설치는 과거 몇 차례 시도됐다. 그러나 검찰을 활용해 야당 등을 탄압하려는 집권세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등도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론도 공수처 설치 찬성이 86~87%에 이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공수처 신설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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