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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을 촉구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15일 서울과 대구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연 데 이어 23일에는 부산에서 그 경과를 보고하는 대회를 연다. 홍준표 대표는 “1000만명이 서명하면 전술핵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 안 주면 자체 핵개발도 할 수 있다”며 연일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이철우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등 방미단이 1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이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은 타당성은 물론 현실성도 없는 주장이다. 지난주 방미한 한국당 의원들에 앞서 한국 언론인들을 만난 미국 조야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전술핵 재배치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선택지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우선 미국의 핵무기 감축 정책에 따라 한국에 배치할 전술핵 자체가 없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는 무기뿐 아니라 이를 다룰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이 또한 준비가 안돼 있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괌에서 핵무기를 싣고 출격하면 2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하는데 왜 재배치에 목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핵무장은 더더욱 대안이 될 수 없다.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무너뜨리는,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가져올 위험한 발상이다. 일개 정당이 책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견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는 시민을 속이는 일이다. 그건 불가능한 걸 가능한 것처럼 말하면서 그걸 실천하지 않는 쪽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구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심리를 더욱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얄팍한 정략적 계산만 하는 정당이라면, ‘안보 중시’ 세력이 아닌 ‘안보 위해’ 세력으로 불러야 마땅하다. 미국을 찾아가 전술핵을 재배치해달라고 구걸하는 세력에 다른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을 방문했던 의원들은 실상이 어떤지 그대로 시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요구인지 왜 그들 스스로 고백하지 못하는가. 한국당은 이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당은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안보 문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며 매국적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핵이야말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당이 진정 안보정당을 자임한다면 정치적 간계를 부리거나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서명운동을 할 게 아니라, 보수적 관점과 통찰을 응축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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