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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1주일 만에 처음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했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최고군령부인 합참에서 군 대비태세를 보고 받은 뒤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휘관회의에 여야 국방위원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및 야당과의 협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야당 의원과 안보 정보까지 공유하며 과감하게 협치를 시도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해 대회의실에 도열한 전군 주요 간부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날 협치 시도는 문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반쪽으로 끝났다. 야당 소속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바른정당의 김 의원,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서영교 의원 등 3명이 전부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영우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다 여당과 가까운 의원들이어서 야당이 동참했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불참한 야당 국방위원들의 태도는 유감스럽다. 그렇지만 야당 의원들을 탓할 일만도 못된다. 의원들은 전날 오후 참석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사전에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참석을 요청해 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한 것은 협치라고 할수 없다.

협치는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협치를 제대로 하려면 협치할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새 정부가 그런 점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시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면 야당 의원들도 정부에 호응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는 협치를 보장할 수 없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행사에 야당이 들러리 서라는 식이면 될 일이 없다. 전군 지휘관회의에 참석한 국방위원들은 문 대통령과 차 한잔한 것 외에 한 일이 없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말로만 협치를 내세울 뿐 새 정부와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비난만 해왔다. 국민의당도 문 대통령 비판으로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알렸다. 이런 신경전으로는 협치가 어렵다. 새 정부와 야당이 진실로 협치를 하고자 한다면 협치의 틀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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