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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호’를 발사했다. 안보실장이 직접 보고했다.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지만 상임위원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임 박근혜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북핵불용·도발불용의 원칙하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응 매뉴얼에 따라 시스템을 존중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16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 미국 정부 대표단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태스크포스 단장과의 대화에서 양측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공통입장을 재확인했다.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공유했다. 한·미의 북핵정책 목표가 비핵화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임을 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대화의 조건이다. 엄격한 조건을 내걸면 대화를 하지 말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그러하고,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그러하다. 이명박 정부는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구도를 설정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도 이끌지 못하고 남북관계도 후퇴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선 신뢰, 후 남북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신뢰도 쌓지 못하고 남북관계는 파탄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으로 읽힌다. 미국의 일부 언론에서 사용한 ‘문샤인’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한반도 평화정책은 달밤에 체조하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8000만 한민족이 전쟁의 두려움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엄중함이 담겨 있다. 평화구상은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하나의 시장과 더불어 민주사회 구현 등 4대목표가 담겨 있는 듯하다. 북한핵을 용인하지 않고, 북한의 도발도 좌시하지 않으면서, 책임안보·맞춤외교를 통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원칙도 분명해 보인다.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지만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선순환 관계를 위해 북미대화의 중재자적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 내포되어 있다. 북핵문제도 비핵화에 목표를 두되 동결·해체·폐기라는 단계적인 수순도 담겨 있는 듯하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다. 남북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북·미 간의 대립·대결은 악화되는 모습이다. 미·중 간의 갈등도 잠복되어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국제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산가족문제,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는 남북한의 문제이다. 국제적인 문제와 남북한의 문제는 정책적으로 분리하고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하면서도 남북한 간에는 최소한의 대화와 교류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인식은 강함의 표시가 아니라 스스로 지혜가 없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다. 남북관계 복원으로 주도적 역할은 시작된다. 남북 간 대화의 틀이 있어야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해서 북·미대화, 6자회담으로 넓힐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대화의 복원방식은 하향식과 상향식이 있다. 하향식은 남북정상회담이나 특사교환을 통해 교착된 남북관계를 일거에 복원하는 방식이다. 상향식은 이산가족 등 인도적 사안과 스포츠 교류 등 사화문화 사안, 그리고 민간급 교류를 통해 관계개선 분위기를 조성한 후 회담의 폭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남북 당국 간의 불신의 골이 깊고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큰 현 단계에서는 상향식이 효과적이다. 남북대화 복원은 판문점연락사무소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첨단시대에 확성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굴뚝산업시대의 방식이다. 우리가 먼저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의 성실한 이행 메시지를 보내고 북한이 판문점연락사무소 정상화로 화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정치분야의 대화와 교류로 시작해서 10·4 10주년 및 추석맞이 이산가족상봉으로 이어져야 한다. 체육회담을 서둘러야 평창올림픽 및 창원사격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주변 4강의 특사외교로 평화로운 한반도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는 남북한의 대화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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