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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지금껏 상임위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경으로 가뭄 피해 농가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미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명박 정부 첫 추경안이 닷새 만에, 박근혜 정부 첫 추경안이 하루 만에 국회 상임위에 회부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정부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므로 국회는 신속하게 심의해야 한다.

국회에서 추경안 심의가 공전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야당이 이번 추경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한 편성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추경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향후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야당이 추경을 결사반대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추경을 연계하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추경을 막겠다는 것인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저지하겠다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

대선 불복이 아니라면 야당은 정책 결정 권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일자리 마련에 방점을 둔 이번 추경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여론의 지지도 상당히 높다. 야당은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공무원 증원 등의 문제점을 적극 개진하고, 불필요하거나 낭비 요인이 있으면 해당 항목의 예산을 삭감·수정하면 된다. 그래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부결시키면 된다. 여소야대 국면이므로 야당 의원들이 뭉치면 충분히 가능하다. 야당은 추경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년 본예산을 다루는 9월 정기국회 전에 재정이 일선에 내려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심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기로 작정한 듯 요지부동이지만, 다행히 바른정당이 추경안 심의에 참여하기로 했고 국민의당도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도 추경안 처리와 별도로 국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시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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