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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의혹 제보를 조작한 사건이 열혈당원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박지원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인지했을 만한 어떠한 증거와 진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의 부실 검증에 대해선 “증거를 조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만든 상황에 당은 무력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일개 평당원이 어설프게 만든 녹음 파일 하나에 당 전체가 놀아났다는 얘기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 7월 4일 (출처: 경향신문DB)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5일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개입’이란 의혹을 긴급 발표했다. 이후 공식 회의에서는 물론 각종 유세와 토론회, 논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 당 후보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도 속고, 당도 속았다”고 한다. 제보 폭로를 주도한 공명선거추진단의 단장, 부단장은 검사·기자 출신이다. 이들도 이런 엄청난 제보를 접한 뒤 제보자란 사람과의 접촉이나 확인 한번 거치지 않고 그냥 발표했다고 한다. 사실로 믿기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검찰이 당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본격적으로 윗선 수사에 나선 날 안 전 후보와 박 전 대표는 무관하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안 전 대표는 당 조사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게 전부다. 알았든, 몰랐든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가 표방했던 ‘새 정치’가 이런 것이었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박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말장난 같은 해명만 올려놓을 뿐 직접 사과는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그는 “조작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 내가 관련 없다면 추 대표는 뭘 내놓을 건가”라고 반문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자유한국당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지지율이 얼마인지보다 당이 계속 존립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할 정도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꼬리 자르기식 대처로 무너지는 당의 추락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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