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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은 참 어이가 없다. 권 의원은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경향신문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마지막 인터뷰 녹음파일을 입수했는지 물으며 “압수수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이날 경향신문은 지면을 통해 지난 12일 검찰로부터 성 전 회장 인터뷰 녹음파일 제출을 요청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검찰 수사가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며 녹음파일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권 의원은 압수수색까지 운운하며 마치 경향신문이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기라고 한 것처럼 비치도록 정치적 공세를 폈다.

권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압수수색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에서 비롯된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무지나 실수에 의한 발언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권 의원은 어제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향신문이 아직 검찰에 음성파일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재차 압수수색 주장을 폈다. 그 이유를 묻자 증거인멸이나 분실이 우려돼서라고 했다. 주겠다는 녹음파일을 받으러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것도 민주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가 녹음파일의 일부 삭제나 분실을 우려해서라니 지나가는 소까지 웃을 노릇이다.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 등 야당 위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인사청문회가 정회하고 있는 동안 정론관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외압과 관련한 녹음파일을 공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성완종 리스트’ 보도로 여권이 느끼는 정치적 위기감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권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은 그런 여권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성 전 회장 인터뷰 내용이 단계적으로 보도되자 전체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고, 대선자금 의혹으로 확산되자 “야당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백번 사과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정치공세로 물타기를 하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권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주장은 그런 새누리당의 정치적 처지와 대응 수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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