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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대국민 담화문 발표 한 달 만에 자신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어이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번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이 양반(이 총리)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며 이러한 사실을 토로했다. 당시 이 총리가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답했다. 이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리는 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 없다”고 했던 그대로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는 그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금액이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돈의 액수와 장소, 돈을 건넨 동기 등을 특정했다. 또한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총리는 올 2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여론이 악화되자 성 전 회장이 만든 ‘충청포럼’에 지원을 부탁했고, ‘충청포럼’은 대대적인 옹호 운동을 벌였다. ‘김종필 자민련’ 때부터 밀접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혈액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느라 2012년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당시 새누리당 충남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여러 번 지원 유세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총리가 뻔히 드러날 사실마저 부인하거나 거짓말로 둘러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구린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1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성 전 회장의 증언이 공개되고 나니, 이 총리가 앞서 성 전 회장 지인들에게 ‘입막음’ 전화공세를 펼친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자살 전날 만난 충남 태안군의회 의원 2명에게 15번이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캐물었다. “내가 총리니까 다 얘기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국무총리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차원을 넘어 ‘외압’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총리의 ‘3000만원 의혹’은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 총리도 “수사 받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이 총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사를 받는다면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법무부 장관을 통해 사실상의 수사 조율 및 지휘권을 가진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터이다. 현직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도덕적·정치적 권위와 리더십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정의 무거움과 국무총리의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이 총리 스스로 사퇴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정도다. 그것도 안된다면, 사법적 판단이 완결될 때까지 총리의 직무를 중단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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