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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 3명과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이후 첫 입장 표명이다. 일단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측근이라도 비리가 확인되면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내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라는 식의 특유의 ‘유체이탈’ 대응이다. 그랬으니 “대통령을 위해 일했던 최측근들이 부정부패 의혹에 관계된 데 대한 유감 표명”(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조차 하지 않았을 터이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검찰이 청와대나 정권 실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의지부터 밝혔어야 한다. 국민의 의구심은 검찰이 과연 정권 실세들의 불법 정치자금과 ‘살아 있는 권력’의 대선자금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현직 총리가 ‘수사 대상 1호’인 판국이다.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론 미흡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분향소를 찾아 입구에 놓은 실종자 알림판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과거 정권의 정치자금 의혹까지 대상을 넓혀 수사하라는 지침으로 들린다. 물론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야당이나 과거 정권의 불법 증거가 드러날 경우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미리 ‘과거부터 현재’라고 지침을 내림으로써 대대적인 사정 국면을 조성해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완구 총리는 연일 맹렬히 부인하지만, ‘3000만원 의혹’은 갈수록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비타500 음료수 상자’에 넣어 전달했다는 성완종 측 인사의 직접 증언도 나왔다. 돈을 준 시점과 장소, 명목을 적시한 성 전 회장의 진술에 이어 ‘돈 박스’를 들고 간 증인까지 나온 상태다. 이것만으로도 이 총리는 피의자 신분을 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오늘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 사실상 직무 대행을 할 총리가 부패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끝내 현직 총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석하는 참담한 꼴을 보이겠다는 건가. 여당마저도 사퇴를 압박하는 마당에 이 총리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는 게 순리다. 아니면 ‘임면권’을 가진 박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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