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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방송사 간부들에게 전화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 입으로 말해놓고 발뺌하는 것 같아 설득력이 약하다. 이 후보자는 또 자신이 언론사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회유성 발언도 했다. 비뚤어진 언론관과 경솔한 언행을 보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 합당한 인물인지 중대한 의문이 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기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방송사 간부들에게 전화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빼라고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고 밝혔다. 그가 거론한 방송사 간부들은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방송을 막은 적이 없다거나 아예 통화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청문회를 통해 밝혀야 하겠지만 공개된 발언만으로도 그는 총리로서 자격 미달이다. 방송 외압 의혹이 사실이라면 언론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 될 터이고, 사실이 아니지만 무용담 삼아 지어낸 것이라면 그 같은 부박한 언행으로 엄중한 총리 업무를 순탄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나아가 “(언론사) 윗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기자는 클 수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해당 기자들이 이 후보자의 검증 취재를 하고 있었고,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식사 자리에 동석한 점을 감안하면 이 발언은 회유나 압박으로 들렸을 수밖에 없다. 그는 사석에서 편하게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계 고위층과의 친분을 이용해 자기 입맛에 맞는 기자들은 키워주고, 불리한 기사를 쓰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통제하겠다는 게 본심이라면 경악할 노릇이다. 이 후보자의 추가적인 해명을 요구한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 후보자에게는 이미 부동산 투기와 본인의 병역 문제 등 의혹이 여럿 제기된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1971년 첫 신체검사에서 ‘평발’임에도 현역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입영을 미룬 뒤 두 차례 더 재검을 받은 끝에 방위(보충역)로 군 복무를 마쳤다. 첫 신체검사 후 특별한 신체 변화가 없는데도 보충역 판정으로 바뀐 경위가 석연치 않다. 또 서울 강남에 투기붐이 일던 시기에 타워팰리스 단기매매를 통해 9개월 만에 2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올린 점도 규명이 필요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부동산투기의 전형적 수법인 미등기전매, 속칭 딱지 매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일부터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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